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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국토개발정책

‘판데믹’의 시대에 도시구조는 비대면, 비접촉(untact)을 기본으로 재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의 분산, 인구의 분산이 선택이 아닌 필연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러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대한민국 100년의 미래를 백지에 새롭게 다시 그려야 한다. 수도권 1극 중심의 국토개발전략을 수정하여 충청권, 광주전남북권, 경상권, 강원권 등으로 나누어 인구분산 배치 계획을 수립하고 사회간접자본을 투자해야 한다.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국토개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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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중반 유럽은 흑사병(페스트)으로 3천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WHO에서 선언하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수준의 첫 사례라 할 수 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서 묘사하는 것을 보면, 페스트의 증상은 코로나19와 유사했다. 잠복기 3~5일에 오한, 발열, 두통, 전신무력감 등의 증상에 이어 호흡곤란, 기침, 가래, 흉통을 겪게 되고 결국 온몸이 검게 되어 죽어 갔다. 그렇게, 남유럽에서 시작된 흑사병은 불과 6년 만에 유럽 전역을 휩쓸며, 인구의 3분의 1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유럽에서는 시체를 치울 사람들이 없어 길거리에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하니 그 참상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그런데 그 비극을 바탕으로 유럽이 새로운 번영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천국행 차표를 팔던 교황과 교회가 페스트로부터 민중을 구원하지 못한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신정일치의 중세시대는 붕괴될 수밖에 없었다. 르네상스의 시작이었다.

 

또한 수많은 농노가 목숨을 잃자, 농경 중심 경제구조에 변화가 나타났다.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농노의 발언권이 높아지자,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에 자본이 투여되기 시작한다. 육로로의 여행이 위험해지자, 그 전까지 목숨을 거는 일이라 꺼렸던 대양 항해에 기꺼이 나서게 되었다. 그 결과 과학이 발전하였고 지리상의 발견과 유럽 각국의 제국주의적 팽창이 시작되었다. 몽골군을 따라 유럽에 들어온 들쥐의 쥐벼룩이 오늘날의 선진 유럽을 만든 것이다.

 

지난 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병을 시작했다. 과학과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을 거듭한 21세기에, 각국은 의료체제의 붕괴를 직도하며 패닉에 빠지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전도시철도공사 역시 2월말 3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큰 홍역을 치루었다. 한때 임직원의 10%에 해당하는 인원이 자가격리되는 위기도 겪었다. 다행히 모든 임직원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주신 덕분에 추가 감염이나 도시철도 운행이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는 피할 수 있었지만, 당시 느꼈던 혼란스러움은 지금도 모골을 송연하게 한다.

 

여하튼, 한 차례 고비를 넘기고 호흡을 가다듬고 나니, 다시 시선이 넓어지는 것이 보인다. 위기를 맞이하고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할 때 떠올렸던 무수한 아쉬움이 떠오르고, 이 패닉을 다시 겪는다면 또 어떻게 해쳐나갈까 걱정이 앞선다. 분명한 사실은, 이 고난 또한 우리는 헤쳐 나아갈 것이고, 우리는 그 이후의 기회를 준비하며, 그 다음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지나간 후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여러 학자의 의견을 모아보면 크게 세 가지로 특징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래한 뉴노멀(New Normal)의 심화이다. 일상적인 저성장과 고위험 경제, 그리고 ICT 기술 발달에 반비례하는 실업률의 증가이다. 둘째는 전 연령대 비대면 사회의 도래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캠페인의 일상화로 기존 오프라인 소비층이던 50대 이상 연령층까지도 온라인 소비시장에 참여하고, 오프라인 소비시장 또한 드라이브 스루나 키오스크를 활용한 비대면 상거래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다. 세 번째로 뉴노멀의 고착화와 오프라인 시장의 위축으로 석유 소비량이 감소될 것이고 증산경쟁으로 인해 저유가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국토개발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특히 철도정책의 영역에서 우리는 무엇을 제언하고 무엇을 성취하는데 매진해야 할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처음은 철도가 수도권 중심의 경제구조 및 콤펙트(compact) 도시 구조를 해체하는데 일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만약 이번 코로나19 감염자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특정종교의 활동이 대구가 아닌 서울에서 이루어졌다면 어찌되었을까? 만약 2호선의 구로공단, 대림동을 중심으로 퍼졌다면 어찌됐을까? 감당할 수 없는 감염 속도와 경제적인 충격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의 수도권 같은 밀집형 도시구조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에 취약하다. 애초에 도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지금과 같은 집적화된 도시구조를 설계한 것이긴 하지만, 지금의 수도권은 집적에 따른 효과 또한 더 이상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 전체의 인재와 자본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도,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과밀에 따른 혼잡비용 등 사회적 비용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판데믹의 시대에 도시구조는 비대면, 비접촉(untact)을 기본으로 재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의 분산, 인구의 분산이 선택이 아닌 필연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러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대한민국 100년의 미래를 백지에 새롭게 다시 그려야 한다. 수도권 1극 중심의 국토개발전략을 수정하여 충청권, 광주전남북권, 경상권, 강원권 등으로 나누어 인구분산 배치 계획을 수립하고 사회간접자본을 투자해야 한다. 시늉에 그치지 말고,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25백만명 수도권 인구 중 절반 이상을 지방으로 이끈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문제는 인구는 분산하되, 도시의 순기능인 인재와 정보, 자본의 집적효과는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교통의 역할이 중요한 부분이다. 분산된 도시의 연결성을 유지할 뿐 아니라, 인간과 환경에 우선순위를 두는 교통정책이 중요하다. 그중 도시철도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지구가 깨끗해지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도시철도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배기가스로 지구를 오염시키지 않으면서도, 도시와 도시를 하나의 생활권처럼 가깝게 연결할 수 있다. 9호선 급행열차처럼 운영의 묘를 발휘하면, 인간다운 삶의 질을 높이면서, 해당 지역권을 제2의 성장엔진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카뮈는 페스트에서 역병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미래를 길게 보고, 강한 연대의식과 인간 중심의 휴머니즘으로 무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소명의식이다. 대한민국이 메르스의 실패를 통해 코로나19 대응의 모범국으로 거듭난 것처럼, 역사는 만들어가는 자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다르게 그려진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가? 희망 있는 100년 후가 기대된다


김경철,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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