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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으면 걷자

어른들 역시 그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소외감과 나약함에서 벗어나 새순이 돋아난 나무들과 그 사이에 피어나는 아름드리 꽃들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사랑하는 손자손녀와 함께라면 더 좋겠지만 혼자라고 해서 나서지 못한다면 우리를 세상에 내보내고 다시 우리를 맞이할 대지의 시샘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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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름이 싱그럽고 눈부신 신록의 계절이 우리 옆에 성큼 다가섰다. 금년은 유달리 온화한 기온으로 봄이 일찍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만발하고, 벚꽃은 아름드리 자태를 뽐내면서 사람들을 집밖으로 끌어내고 있다. 코로나19로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고,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데 봄날의 상큼함과 비교할게 없을 듯하다. 야외 산책과 나들이 기회가 많아지는 봄날에 나이 드신 어른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노인 분들은 야외 나들이의 즐거움을 체 느끼기 전에 혼잡한 교통과 이동의 불편함으로 혹여 자녀들에게 번거로운 존재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이 앞서는 계절이기도 하다.

 

고등동물일수록 늦게 걷는다고 한다. 태어나서 배밀이를 하고 보행기를 타고나서야 걷기 시작했던 아이들을 보면 정말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 이유를 새삼 알고 싶지 않지만 더 큰 비상을 위한 준비를 하느라 그렇겠거니 하는 추측을 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요즘 산책과 등산을 자주하면서 나이 드신 어른들의 힘겨운 걸음걸이를 보면, 우리네 어린 아이들이 걸음마를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갓 돌이 지난 아이의 걷는 모습을 보기 위해 온 가족이 모여서 응원하는 소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동의 자유로움은 사람만이 갖는 특권이고 그 욕망에는 남녀노소라고 해서 차이를 둘 수 없다는 어느 심리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아직은 언제까지나 걸을 수 있으리라 믿고 있지만 무거운 걸음걸이로 길을 건너는 노인 분들을 바라보면 욕망이라는 말을 사용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초로의 남자는 버스를 탓을 때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미워 보일 수 없지만 횡단보도의 녹색시간 내에 건너가지 못하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자동차의 경적소리를 들으면서 세월의 흐름을 인정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사회의 노인에 대한 배려에 대해 탓한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이 사회를 이끌어 왔던 나이 드신 어른들의 자화상이다.

 

유엔의 고령자 인구 비율에 따른 국가 분류를 보면, 우리나라도 2000년에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7%를 차지하면서 소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다. 그리고 고령화 추세는 급속하게 진행하여 203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3%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우리사회의 어른들은 집을 나서서 어딘가를 가기 위해 앞서 보았던 그 초로의 남자와 같은 일들을 겪어야만 하는가?

 

고령 사회에서는 단순히 노인인구 증가라는 양적인 측면보다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화를 전제로 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구조가 변할 것이고 사회복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일종의 노인문화가 형성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기 때문에 나이 드신 어른들의 이동권 보장은 단순히 이동의 욕망과 개인적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부분의 국가는 노인을 어린이 및 장애인과 함께 교통약자라는 측면에서 관련 제도와 정책을 추진한다. 얼마 전 유럽을 다녀오면서 몸이 불편한 장애인과 노인을 위해 저상용 버스를 운영하고 지하철에 승강기와 에스컬레이터를 운영하고 있어서 함께 동반한 사람들 모두 이동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다. 최근 우리나라도 육교나 지하철 역사에 그러한 시설을 설치하여 편안한 이동을 돕고 있지만 여전히 교통약자를 위한 사회적 기반시설과 배려는 부족한 실정이다.

 

노인들이 최상의 서비스를 원하는 것은 분명 아니지만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욕망까지 없다고 치부해 버려서야 되겠는가? 어떤 사회에서도 나이 드신 어른들에게 완벽한 이동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겠지만 사회구성원으로서 동등하게 생활하며 활동할 수 있는 이동성과 안전성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어른들 역시 그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소외감과 나약함에서 벗어나 새순이 돋아난 나무들과 그 사이에 피어나는 아름드리 꽃들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사랑하는 손자손녀와 함께라면 더 좋겠지만 혼자라고 해서 나서지 못한다면 우리를 세상에 내보내고 다시 우리를 맞이할 대지의 시샘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걷고 싶으면 걷자...


김인석, 前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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